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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포럼

232회-우리 민화와 한국현대미술(박영택, 경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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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주(82)
15시간 32분전 19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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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란 특정한 이야기를 도상화시킨, 읽는 그림이다. 민화에 그려진 무수한 도상들은 저마다 의미를 지닌 상징체계들이라 그 의미를 알지 못하면 본래 그 그림에 대한 온전한 감상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도상을 알지 못해도 그림 자체를 즐기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 없다. 전통시대에 만들어진 모든 이미지는 한결같이 주술적인 도상들이고 텍스트에 기생하는 이미지들이었다. 현대에 들어와 순수한 감상을 위한 시각적 이미지, 이른바 ‘미술’(ART)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민화를 뜻 그림, 이야기 그림으로 보는 동시에 순수한 그림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니 민화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술인 동시에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는 상징체이기도 하다.

민화는 철저히 삶의 요구와 욕망을 반영했다. 장수를 기원하고 부귀를 바라고 다복한 가정과 자식의 출세를 염원하는 마음이 그림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일상에서 쓰이는 실용적인 물건, 주술적∙신화적∙종교적 염원, 이데올로기적인 이미지를 담았다. 민화는 해학적이면서 민간의 삶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실용적으로 쓰인 물건이면서 불가사의한 미감을 매력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 샤머니즘, 불교, 유교 등이 어우러진 사람들의 일상을 기복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욕망을 나타냈다. 

‘모란괴석도’의 솟구치는 바위는 왕성한 생명력∙생장력∙힘을, 돌은 불사나 불멸을, 모란은 부귀영화를 나타낸다. 

호랑이는 권위와 해학을 동시에 품고, 책거리는 선비가 사용하는 책, 문방구, 서재에 넣는 기물을 포개서 올린 그림으로 관리가 되고자 하는 소망이 담긴 그림이다.

민화는 서양미술처럼 재현의 정확성보다는 의미의 생성, 사실성보다는 해석의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현대에 와서 민화는 엄격한 원근법이나 해부학적 정확성을 벗어나 자유로운 방식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전통적 도상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재료와 매체로 확장되기도 하고, 기존의 상징을 해체하여  전혀 다른 맥락 속에 배치되기도 해야한다. 이는 과거를 재현하려는 시도가 아닌 현재의 언어로 다시 말하는 작업이다. 민화는 더 이상 전통이 아니라 하나의 동시대 미술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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