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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회-월드컵 실패가 한국 정치에 주는 경고 (박명호 동국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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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리자
21시간 55분전 16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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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월드컵 실패는 선수나 감독 개인의 역량 부족보다 축구협회의 리더십과 거버넌스 붕괴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축구협회는 장기적인 비전과 일관된 원칙보다 특정 인물과 인맥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감독 선임에서도 투명한 절차와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해 조직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또한 감독을 단기 성적의 희생양으로 삼아 반복적으로 교체하면서 한국 축구만의 철학과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 반면 일본은 장기적인 계획과 일관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감독 개인보다 조직의 정체성과 운영 체계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이러한 축구협회의 실패는 오늘날 한국 정치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여야 정당은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의 요구를 정책으로 연결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진영 대결을 확대하고 있다. 상대를 설득하고 타협하기보다 상대의 실패에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하면서 정책 경쟁과 공론장이 약화되었다. 정당도 여론의 극단화를 조정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일부 지도부와 계파가 의사결정을 주도하면서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지배가 아니라 거버넌스의 관점에서 조직을 재구성해야 한다. 거버넌스는 한 명의 지도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사회·전문가·구성원 등 다양한 주체가 수평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하며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체계다. 따라서 지도자는 조직을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정한 규칙을 만들고 구성원의 참여를 이끌며 갈등을 조정하는 규칙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거대 양당은 대의민주주의의 핵심 기관이면서도 정치적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2024년 총선에서 무소속 당선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고 양당이 전체 300석 가운데 283석을 차지했다. 당원 수도 크게 증가했지만 이것이 실질적인 당내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로 이어지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국민 세금으로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 정당이라면 강성 지지층뿐 아니라 국민 전체에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보여야 한다.

 

결국 축구와 정치의 실패는 같은 교훈을 준다. 특정 지도자나 집단이 조직을 사유화하면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축구협회와 정당 모두 투명한 의사결정과 공정한 규칙,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와 견제, 장기적인 비전을 갖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건강한 조직과 민주주의를 만드는 힘은 뛰어난 한 사람의 지도자가 아니라, 누구도 마음대로 사유화할 수 없는 건강한 거버넌스와 이를 지켜내는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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